

초판 1쇄
펴낸이 김정옥
펴낸곳 수연목서
등록일 2025년 11월 1일 발행
경기도 여주시 산북면 주어로 58
2022년 4월 6일 제2022-000004호
디자인 아네스박(GA Studio Yeorm)
제작 청산인쇄
도서문의 031 885 5958
홈페이지 www.suyonmokseo.com
인스타그램 @suyonmokseo
ISBN 979-11-986734-2-8
우리의 삶을 품은 채 대물림 되어온 토종 씨앗의 초상
반지름 0.5cm의 작은 콩 더불어백태' 한 알 속에는 단순히 언젠가 식물과 열매로 자라날 콩 대와 이파리, 콩알의 미래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다. 오랫동안 한반도의 기후에 맞게 적응하면 서 우리 땅에 토착화된 이 토종씨앗 안에는, 그 씨앗을 대물림해 온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함 께 담겨있다.
조상들은 이 씨앗의 열매로 수백 년 전부터 메주를 만들었고, 메주는 간장, 된장, 고추장 등 우리나라 고유의 발효식품인 장의 주원료가 되어왔다. 장에서 비롯된 삶의 양식과 문화의 다 양성까지를 생각하면, 작은 콩알이 품은 무한함의 크기를 가늠키 어렵다.
토종씨앗은 자연수분을 통해 어미 식물과 거의 똑같은 식물로 다시 태어난다. 농민들이 직접 씨앗을 받아 다시 심을 수 있기에 종자기업에 의존하지 않고도 식량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 토종씨앗이 소중한 또 하나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.
그런데 우리는 이 토종씨앗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. 갓끈동부, 불테, 개골팥, 앉은키 밀, 독새기콩, 흙보리, 아주까리밤콩, 귀족서리테, 잿밭...귀에 선 이름처럼 실물을 보아도 구 분하거나 알아채기조차 어렵다. 사진가 최수연만이 이 작은 토종씨앗들의 의미론적 아름다움 과 형태미를 알아보고, 수년간 토종씨앗에 천착해 그 계보를 쫓고 사진으로 기록했다.
밥 한 그릇의 시원으로서 논'(2007년 첫 개인전), 땅과 사람을 이어주던 생명으로서
'소 (2011년 세 번째 개인전)를 비롯해 우리 땅 곳곳을 떠돌며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삶을 목도한 <유랑(2015년)>, 목수가 사용하는 도구들을 유정한 시선으로 담은 목수(2019년)>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전시를 통해 최수연은 '생명의 근원에 대한 고민을 사진적 시각으로 담아 내는 사진가'로 자리매김해 왔다.
여섯 번째 개인전으로 선보이는 <SEED-토종씨앗의 초상>은 한알 한알의 토종씨앗들을 주인 공 삼아 스튜디오에서 오브제처럼 촬영함으로써, 기록에서 파인아트로 사진의 경계를 훌쩍 넘 었다. 사진과 건축, 목공이 어우러진 문화공간 <수연목서>의 운영자이기도 한 작가는, 37점의 사진을 자신이 직접 만든 수제액자에 갈무리함으로써 '토종씨앗의 초상'과의 대면에 격조를 더했다.
전시는 11월 18일부터 30일까지 사진위주 류가 2관에서 열린다. 전시장에서 갓 출시된 동 명의 사진집도 만날 수 있다. 엽서만한 작은 크기의 사진집이지만 토종씨앗의 초상 37점이 씨 오쟁이처럼 담겨있다.


